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 영화가 있다는 걸, 저는 〈황해〉를 보고 나서야 진짜로 체감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 이후 들고 나온 이 작품은, 연변의 잿빛 택시 운전사 한 명이 서울 한복판의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며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이야기입니다. 화면 속 피비린내가 스크린 밖으로 넘어올 것만 같았던 그 밀도, 지금도 생생합니다. 누아르의 냄새 — 세련됨 없이 날것으로〈황해〉를 처음 틀었을 때, 제가 기대한 건 〈추격자〉의 연장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연변 거리의 첫 장면부터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흙먼지와 낡은 아파트, 낡은 말투. 이건 서울 누아르(noir)가 아니었습니다. 누아르란 원래 프랑스어로 '검다'는 뜻인데, 영화 장르로서는..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범인이 누군지 초반에 다 공개되는 구조가 스릴러로서 맞는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잔인한 무기였습니다. 〈추격자〉는 전직 형사 출신 업소 사장이 연이어 실종되는 여성들의 흔적을 쫓으며, 희대의 살인마와 무능한 공권력 사이에서 혼자 서울 한복판을 헤매는 2008년 작 추격 스릴러입니다.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공권력 무능 — 범인을 코앞에 두고 놓치는 경찰의 민낯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살인 장면이 아닙니다. 경찰이 범인을 잡고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냥 풀어주는 그 순간입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진짜 분노했습니다. 스크린 안의 캐릭터에게가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오락용 조폭 영화 정도로 얕잡아 보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제가 앉아있던 자리가 어딘지도 모르게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깡패와 권력이 한통속이 되어 활개 치던 그 시절을, 이 영화는 고발 다큐도 아니고 진지한 역사극도 아닌 방식으로 — 징글징글하게 살아남는 소시민 악당의 눈을 통해 — 완벽하게 해부해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 야합과 처세술의 민낯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범죄 영화가 아니라 처세술 교과서다"였습니다. 주인공 최익현은 깡패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권력자도 아닙니다. 세관원 출신의 어중간한 위치에 선 인물이 자존심을 팔고 굽신거리며 살아남는 과정이 이렇게까지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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