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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람이 악인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이 질문을 무대 위에서 배우의 몸으로 직접 증명합니다. 저도 극장에서 2막이 시작되는 순간, 숨이 막혀서 잠깐 손목시계를 쳐다봤을 정도였습니다. 인터미션이 끝난 직후부터 전혀 다른 공연을 보는 느낌이었거든요.

 

프랑켄슈타인 공연 사진
프랑켄슈타인 공연 사진

1인2역이라는 구조, 정말 그냥 '두 역할 맡기'일까요?

'1인 2역'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비용 절감이나 배우의 기량 과시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프랑켄슈타인'의 1인 2역은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주연뿐 아니라 조연 전 배우에게 예외 없이 이중 배역을 부여하는 전면적 더블 캐스팅(double casting)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블 캐스팅이란 단순히 공연 날짜에 따라 다른 배우가 같은 역을 맡는 방식이 아니라, 한 배우가 한 공연 안에서 서로 다른 두 캐릭터를 모두 소화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특히 핵심적인 것은 1막과 2막 사이에 일어나는 배역 전환(role reversal)의 방향성입니다. 배역 전환이란 배우가 맡는 캐릭터가 극의 흐름 속에서 전혀 다른 성격이나 위치로 바뀌는 연출 기법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방향이 의도적으로 정반대입니다. 1막에서 고결하고 이상적인 인물을 연기하던 배우가 2막에서는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야만적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선과 악이 한 얼굴 안에서 공존한다는 사실을 객석에 물리적으로 제시하는 셈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배우 두 명이 역할 두 개씩 맡는 거 아니야?'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대를 보고 나서 이 구조 자체가 작품의 핵심 주제를 설계하는 뼈대라는 걸 느꼈습니다. 단순한 연출 기교가 아니라 극 전체의 철학을 담은 장치라는 점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수준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실감했습니다.

요약: 프랑켄슈타인의 1인 2역은 전 배우에게 적용된 전면적 구조로, 선악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무대 위에서 직접 증명하는 극적 장치입니다.

 

배역전환의 방향이 만드는 서사적 충격

1막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앙리 뒤프레는 우정과 신념을 나누는 인물들입니다. 앙리는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노래하고, 빅터는 귀족적이고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과학적 이상을 설파합니다. 저는 1막 내내 이 두 배우의 열연에 완전히 몰입했고, 진짜 눈물도 찔끔 났습니다.

그런데 인터미션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자마자 무대에 나타난 건 우스꽝스러운 가발에 가죽옷을 걸친 악랄한 격투장 주인 '자크'와, 피투성이가 되어 무대 바닥을 기어 다니는 '괴물'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친구를 위해 눈물짓던 앙리 역의 배우가 바닥을 기고, 고결하던 빅터 역의 배우가 채찍을 들고 있었습니다. 숨이 턱 막혔습니다. 저 솔직히 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배역 전환의 효과를 뮤지컬 이론 측면에서 보면, 이는 서사적 아이러니(narrative irony)를 무대화한 전략입니다. 서사적 아이러니란 독자나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가 극 중 인물의 행동이나 운명과 극적인 모순을 이룰 때 발생하는 효과입니다. 관객은 1막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앉아서 2막의 반전 인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충격은 배로 증폭됩니다. 제 경험상 이 순간의 감각적 충격은 그 어떤 반전 장면보다 강렬했습니다.

더불어 이 작품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은 공연 제작 측에서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켄슈타인'은 초연 이후 꾸준히 재연을 이어오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출처: 한국공연예술센터).

요약: 1막과 2막 사이의 배역 전환은 서사적 아이러니를 극대화해, 관객이 이미 감정을 쌓은 얼굴 위에서 정반대의 인격을 목격하게 만드는 연출입니다.

 

격투장 씬, 천재적 연출인가 양날의 검인가

2막 격투장 씬은 이 작품에서 가장 그로테스크한 장면입니다. 배우들의 변신이 워낙 파격적이라 관객의 시선이 온통 "저 사람이 맞아?!"라는 인식의 혼란에 쏠리게 됩니다. 저도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는 서사보다 시각적 자극에 압도됐습니다. 손에 땀을 쥐며 무대에 집중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잠깐은 1막에서 쌓인 감정의 흐름이 툭 끊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이 연출의 양면성입니다. 극작술(dramaturgy) 측면에서 보면, 극작술이란 희곡이나 뮤지컬에서 이야기의 구조와 인물의 심리적 동기를 설계하는 학문적 개념인데, 이 장면은 인물의 심리적 개연성보다 배역 전환이라는 연출 충격 자체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캐릭터가 어떤 내적 논리로 이런 극단적 변화를 겪었는지보다, '저 배우가 이런 캐릭터도 된다'는 충격이 먼저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장면이 실패한 연출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런 파격적인 전환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인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중성(duality)이란 하나의 존재 안에 서로 모순된 두 속성이 공존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 작품은 이 개념을 배우의 신체로 체현합니다. 저는 이 긴장이 오히려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왜 오래 사랑받는지를 한 줄로 설명하면, 단순히 노래가 좋고 볼거리가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 불편함이 기억으로 남습니다.

격투장 씬을 더 깊이 보기 위한 포인트

  • 1막에서 앙리와 빅터의 감정 흐름을 기억해두고 2막에 임할 것 — 인물의 얼굴을 기억할수록 충격이 배로 커집니다.
  • 자크의 분장(가발, 가죽옷)이 얼마나 1막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도록 설계됐는지 관찰할 것.
  • 괴물이 무대 바닥을 기어 다니는 동선 — 이것이 앙리의 '희생'이라는 1막 키워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볼 것.
  • 격투장 넘버의 리듬감이 1막 서정적 넘버와 의도적으로 대비되도록 작곡됐다는 점도 귀 기울여볼 만합니다.
요약: 격투장 씬은 배역 전환의 충격이 강렬한 나머지 1막 서사의 호흡을 일시적으로 끊는 양날의 검이지만, 그 불편함 자체가 인간 이중성이라는 주제를 가장 날카롭게 전달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봤는데 그 배우가 그 역이었다고?

이 작품의 1인 2역 시스템에서 제가 가장 감탄했던 지점은 '들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사전 정보 없이 극장에 들어갔다면 2막 중반까지 그 배우가 1막의 그 배우인 줄 몰랐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분장과 의상의 변화도 있지만, 결정적인 건 배우가 몸의 언어 자체를 완전히 바꾼다는 점입니다. 걸음걸이, 목소리 질감, 눈빛, 호흡의 리듬까지 — 같은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나 싶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를 공연예술 용어로 물리적 변형(physical transformation)이라고 합니다. 물리적 변형이란 배우가 외적 분장을 넘어서 신체 전반의 움직임과 리듬을 바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모하는 연기 기법입니다. 이 수준의 변형을 전 배우가 해낸다는 것은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훈련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실제로 한국 뮤지컬 산업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해 현재 아시아 최대 규모의 뮤지컬 시장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 경험상 이 작품은 뮤지컬 입문자에게도, 마니아에게도 각자 다른 층위의 재미를 줍니다. 처음 보는 분은 순수하게 그 반전의 충격을 즐기고, 두 번 보는 분은 1막에서 이미 2막의 단서를 읽으려 하게 됩니다. 전개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고, 넘버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높아서 OST만 따로 들어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한 작품이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게 창작 뮤지컬로서 '프랑켄슈타인'이 지금도 꾸준히 재연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1인 2역의 완성도는 분장을 넘어선 물리적 변형에 있으며, 사전 정보 없이 봐도 '그 배우였어?'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배우들의 신체 연기가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1인 2역이 헷갈리면 어떻게 해요?

A. 사전 정보를 조금만 알고 가면 훨씬 집중해서 볼 수 있습니다. 1막에서 빅터와 앙리의 얼굴을 눈에 새겨두는 것만으로도 2막에서의 충격을 훨씬 풍부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나중에 '그 배우였어?'라는 감탄을 경험하는 것도 이 작품의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Q. 프랑켄슈타인 뮤지컬은 원작 소설과 얼마나 다른가요?

A.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지만 창작 뮤지컬답게 독자적인 서사 구조와 인물 설정을 더했습니다. 특히 앙리 뒤프레라는 인물과 1인 2역 시스템은 원작에는 없는 한국 창작 뮤지컬만의 설계입니다. 원작 팬이라면 다른 작품처럼 독립된 시각으로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Q.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초보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넘버의 완성도가 높아서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복잡한 예비 지식 없이 극장에 들어가도 1막이 자연스럽게 인물 관계를 설명해줍니다. 오히려 처음 보는 분일수록 2막의 반전 충격을 가장 순수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Q. 격투장 씬이 너무 잔인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나요?

A. 시각적으로 다소 강렬한 연출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피투성이 분장과 채찍 등의 소품이 등장하기 때문에 자극에 민감한 분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면 좋습니다. 다만 잔인함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물의 추락과 이중성을 표현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결론

프랑켄슈타인 뮤지컬의 1인 2역 시스템은 단순한 연출 묘기가 아닙니다. 인간 내면에 선과 악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를, 관객이 이미 감정을 쏟아부은 그 얼굴 위에서 직접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꽤 오래 멍했습니다. 감동이기도 했고, 불편함이기도 했습니다.

뮤지컬을 자주 보지 않는 분이라도 이 작품만큼은 꼭 한 번 직접 극장에서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빠른 전개, 완성도 높은 넘버, 그리고 배우들의 물리적 변형이 결합된 순간은 스트리밍으로 대체될 수 없는 공연예술 고유의 감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QijD1Dzv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