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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명의 배우가 무대를 전부 채운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객석에 앉았는데, 막이 오르자마자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 '틱틱붐(Tick, Tick... BOOM!)'은 30세 생일을 앞둔 무명 작곡가의 불안과 집착을 록 음악으로 날것 그대로 쏟아내는 작품입니다. 예술이냐 생존이냐는 이분법적 고민이 두 시간 내내 객석을 압박하고, 그 압박이 꽤 아프게 와 닿았습니다.

 

뮤지컬 좌석 관련 사진
뮤지컬 좌석 관련 사진

무대 구성 — 작다고 얕봤다가 제대로 당했습니다

중극장 공연이라 무대 장치가 단출할 거라고는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단출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비워둔' 느낌이었습니다. 피아노 한 대, 드럼과 키보드 중심의 소규모 라이브 밴드, 그리고 배우 셋. 이게 전부인데 왜 이렇게 꽉 찬 느낌이 드는지 공연 내내 신기했습니다.

이 작품은 '멀티롤(Multi-role)' 연기 방식을 택합니다. 여기서 멀티롤이란 한 배우가 극 안에서 여러 인물을 번갈아 연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주인공 존을 제외한 두 배우가 극 중 등장하는 수십 명의 주변 인물을 맡아 순식간에 캐릭터를 바꿔가며 소화하는데, 이 전환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경쾌하다는 게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수 출연진 뮤지컬은 공연 밀도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른 얘기였습니다.

무대 배경에서 주기적으로 울려 퍼지는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도 연출의 일부입니다. 이 사운드 스케이프(Sound Scape)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닙니다. 여기서 사운드 스케이프란 특정 공간이나 상황을 청각적으로 구성하는 음향 설계 기법을 말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시간이 주인공을 몰아붙이는 심리적 압박 그 자체로 기능합니다. 처음엔 그냥 연출 장치려니 했다가, 30분쯤 지났을 때 등에 식은땀이 약간 났습니다. 그 소리가 어느 순간 제 심장 박동과 겹쳐 들리기 시작했거든요.

  • 출연 배우 3인이 멀티롤로 수십 캐릭터를 소화 — 교체가 빠르고 경쾌함
  • 키보드·드럼 중심 소규모 라이브 밴드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
  • 시계 초침 사운드 스케이프가 극 전체의 심리적 긴장을 주도
  • 세트는 미니멀하지만 조명과 음향으로 공간감을 충분히 확보
요약: 단출한 무대와 3인 멀티롤 구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작동하며, 사운드 스케이프가 극의 긴장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한다.

 

록 사운드와 관람 추천 — 공감의 깊이가 관람 만족도를 가른다

오프닝 넘버 '30/90'이 시작되는 순간, 저도 처음엔 그냥 에너지 넘치는 오프닝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조나단이 피아노 앞에서 불안하게 다리를 떨며 노래를 쏟아내는 그 장면에서 묘하게 남일 같지 않은 답답함이 올라왔습니다. 친구들은 다 번듯한 자리를 잡았는데 혼자 식당 서빙을 하며 밤마다 건반을 두드리는 존의 모습이, 뭔가를 붙잡고 싶은데 계속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 감각을 그대로 재현해냈거든요.

이 작품의 음악은 '록 오페라(Rock Opera)' 형식을 따릅니다. 여기서 록 오페라란 록 음악의 원초적 에너지와 뮤지컬의 서사 구조를 결합한 장르를 말하는데, 대표작으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그리고 조나단 라슨 본인이 만든 '렌트(RENT)'가 있습니다(출처: IBDB(Internet Broadway Database)). '틱틱붐'에서도 그 거친 에너지가 그대로 살아있는데, 특히 'Louder Than Words' 넘버는 제 경험상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래 귓가에 남는 곡이었습니다. 단순히 멜로디가 좋다는 게 아니라, 말보다 행동으로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가사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다만, 제가 솔직하게 짚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이 극의 서사는 '예술가적 자의식(Artistic Ego)'에 매우 깊이 기댑니다. 여기서 예술가적 자의식이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과 예술적 소명에 대해 갖는 강렬한 정체성 의식을 뜻합니다. 조나단 라슨이라는 인물 자체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들어가지 않으면, 주인공의 집착이 순수한 열정으로 보이기보다 다소 자기중심적인 투정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사전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만큼은 조나단 라슨이 '렌트' 개막 전날 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감동 차이가 꽤 컸습니다(출처: Kennedy Center 교육자료).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뮤지컬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데 현실이 계속 발목을 잡는 시기에 보면 그 무게가 배로 와 닿습니다. 30세 생일이라는 타이밍이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분들이 보면 주인공의 절박함이 조금 과하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요약: 록 오페라 특유의 에너지로 청춘의 불안을 날것으로 담아냈지만, 조나단 라슨의 생애를 미리 파악하고 입장하면 감동의 밀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틱틱붐 뮤지컬, 원작 영화 넷플릭스 버전 먼저 보고 가도 되나요?

A. 제 경험상 영화를 먼저 보고 가면 오히려 공연에서 라이브 밴드 연주와 멀티롤 연기를 비교하는 재미가 생겨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지 않고 조나단 라슨의 생애 정도만 가볍게 검색하고 입장하는 게 감동 면에서는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스포일러 걱정보다 맥락 이해가 훨씬 중요한 작품입니다.

 

Q. 뮤지컬 초보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인가요?

A. 록 사운드가 중심이라 클래식 뮤지컬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소극장 뮤지컬은 배우와의 거리가 가까워 집중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봤더니 오히려 그 밀착감이 주인공의 감정을 더 날카롭게 전달해줬습니다. 단, 예술가의 자전적 서사라는 특성상 창작의 고통에 공감대가 있는 분들이 더 깊이 즐기는 작품인 건 사실입니다.

 

Q. 몇 호선 몇 번 좌석이 제일 좋나요? 관람 시 주의할 점 있나요?

A. 중극장 구조상 어느 자리에서 봐도 무대 전체가 잘 보이는 편입니다. 라이브 밴드 연주가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음향이 꽤 강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소리에 민감한 분들은 중간 열 정도가 무난합니다. 시계 초침 사운드 스케이프 효과가 극의 핵심이므로 가능하면 이어플러그 없이 감상하는 걸 권장합니다.

 

Q. 틱틱붐이랑 렌트(RENT), 어느 쪽을 먼저 보는 게 좋을까요?

A. 두 작품 모두 조나단 라슨이 만든 록 오페라지만 결이 다릅니다. '렌트'가 앙상블 드라마라면 '틱틱붐'은 창작자 한 사람의 내면 독백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틱틱붐'을 먼저 보고 조나단 라슨이라는 인물에 감정이 생긴 상태에서 '렌트'를 보면, '렌트'의 무게가 배로 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순서에 정답은 없지만 이 순서가 개인적으로는 훨씬 좋았습니다.

 

결론

청춘의 불안을 록 음악의 원초적 에너지로 솔직하게 분출해 낸 수작이라는 평가에 제 경험상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3인 멀티롤 구성과 라이브 밴드, 사운드 스케이프를 활용한 연출은 예산이나 규모의 한계를 오히려 개성으로 전환한 케이스입니다. 다만 예술가적 자의식이 서사의 전부를 차지하는 구조 탓에, 창작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주인공이 다소 자기중심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서사적 편협함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30세 생일이라는 숫자가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감각이 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면, 이 작품이 지금 이 시기를 기억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보러 가기 전에 조나단 라슨의 생애를 10분만 검색해두고 입장하는 걸 권장합니다. 그 10분이 공연 전체의 밀도를 바꿉니다.

참고: https://youtu.be/pkcVpXE0ykg?si=oyhR5FakobxSh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