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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범죄 스릴러가 이 정도로 불편할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는 연쇄 살인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경찰과 검찰, 대기업 스폰서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권력 카르텔을 구축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불쾌함이 아니라, 서늘함이었습니다.

 

부당거래 영화 포스터
부당거래 영화 포스터

권력 카르텔: 선악의 경계가 사라진 자리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악인은 따로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경찰, 검찰, 자본이 한 통속으로 엮여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드는 장면을 지켜보는 내내, 어느 쪽에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권력 카르텔입니다. 권력 카르텔이란 서로 다른 이해집단이 공식 제도 바깥에서 비공식적으로 결탁해 이익을 나누고 외부의 감시를 차단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영화 속 경찰 최철기와 검사 주양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 카르텔에 편입되지만, 결국 카르텔은 하수인부터 소모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가장 씁쓸했던 장면도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집필한 박훈정 작가는 이 구조를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건조하고 촘촘한 필체로 직조합니다. 사법 체계가 얼마나 쉽게 사유화(私有化)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사유화란 공공의 제도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전용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영화 속 검경 유착이 바로 그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이런 묘사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는 사실은 여러 연구가 뒷받침합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사법기관에 대한 시민 신뢰도와 부패 인식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꾸준히 발표해왔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출처: Transparency International,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영화 속 세계가 완전한 허구라고 쉽게 웃어넘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 범죄물로 소비되어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오락 이전에 이 영화는 고발문서에 가깝습니다. 재미와 불편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영화의 진짜 힘이 발휘됩니다.

  • 권력 카르텔: 경찰·검찰·자본이 비공식 결탁으로 이익을 나누는 구조
  • 사유화: 공공 제도가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해 전용되는 현상
  • 검경 유착: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탁해 견제 기능을 상실하는 상태
  • 하수인 소모: 카르텔 내 하위 연결고리가 책임을 떠안고 버려지는 패턴
요약: 〈부당거래〉의 권력 카르텔은 픽션이 아니라 실제 부패 구조의 영화적 재현이며, 그 건조한 시나리오가 오히려 더 깊은 공포를 남긴다.

 

사법 조작과 냉소적 결말이 남긴 것

영화 중반부, 무고한 용의자가 범인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제 손이 저도 모르게 쥐어졌습니다. 증거 조작(evidence fabrication)은 현실 사법 체계에서도 꾸준히 보고되는 문제입니다. 증거 조작이란 수사 기관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증거를 만들거나 기존 증거를 변조해 혐의를 인위적으로 구성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지나치리만큼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저는 그 세밀함이 불편했고, 동시에 그래서 더 신뢰했습니다.

팽팽한 심리전도 이 영화의 핵심 자산입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인물들이 뒤통수를 치고 또 치는 구조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반복적으로 실연합니다. 죄수의 딜레마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행동할 때 집단 전체가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는 게임이론의 개념입니다. 최철기와 주양, 그리고 스폰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마지막 국면이 딱 그 꼴입니다.

결말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비극적 결말이 허무하게 소모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허무함 자체가 이 영화의 주제라고 봅니다.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것이 메시지입니다. 선한 자가 살아남지 않는 세계를 직시하게 만드는 그 냉소적 시선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정직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시민의 사법 신뢰도는 주요 선진국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해왔으며 이는 수사 절차 투명성 문제와 밀접히 연관됩니다(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영화가 2010년에 개봉했음에도 지금 다시 봐도 전혀 낡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영화는 보고 나서 유쾌한 여운이 남는 종류가 아닙니다. 그러나 바로 그 불쾌한 여운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제도적 신뢰가 사실 얼마나 부실한 성냥개비 탑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본 이후 한동안 뉴스 속 검경 관련 기사를 예전과 다른 눈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요약: 증거 조작과 죄수의 딜레마 구조로 직조된 심리전, 그리고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냉소적 결말이 이 영화를 기념비적으로 만드는 핵심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당거래 실화 기반인가요?

A. 특정 단일 사건을 직접 모델로 삼은 실화 기반 작품은 아닙니다. 다만 박훈정 작가가 한국 사법 현실의 구조적 문제들을 밀도 있게 취재해 시나리오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완전한 픽션임에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저도 보는 내내 그 경계가 불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Q. 부당거래 결말이 너무 허무하지 않나요?

A. 결말이 허무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분명 있는데, 저는 그 허무함 자체가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정의가 반드시 실현된다는 서사를 거부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씁쓸한 여운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느냐, 솔직한 고발로 받아들이느냐는 결국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Q. 류승완 감독 영화 중에 부당거래가 최고작인가요?

A. 베테랑이나 베를린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부당거래가 류승완 필모그래피 안에서 가장 어두운 밀도를 가진 작품이라고 봅니다. 액션보다 시나리오 구조의 촘촘함이 압도적이어서, 범죄 스릴러 장르로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박훈정 작가가 부당거래 이후에 쓴 작품도 볼 만한가요?

A. 박훈정 작가는 이후 신세계, 마녀 시리즈 등으로 이어지는데, 세계관 구축과 장르 문법 활용 측면에서 일관된 역량을 보여줍니다. 부당거래만큼의 사회적 냉소가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지만, 시나리오의 구조적 완성도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연결해서 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결론

〈부당거래〉는 불편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진짜 좋은 범죄 스릴러는 대체로 그런 법입니다. 권력 카르텔과 사법 조작을 이토록 건조하고 정교하게 해부해낸 시나리오, 그리고 선악의 구분 없이 모두를 속물로 만들어버리는 냉소적 시선은 2010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유효합니다.

정리하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분에게는 맞지 않는 영화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권력 지형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 민낯을 영화라는 형식으로 직시하고 싶다면 이 작품보다 나은 선택지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보고 나서 불편하다면, 그것이 이 영화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참고: https://youtu.be/o_A5IcqiQ0Y?si=Ff1iulr3SwyLBY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