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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관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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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알림을 끄지 못해 밤새 뒤척이다가, 정작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도 내 안부를 진짜로 물어봐 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제가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을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수천 개의 좋아요가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주인공은 단 한 명과도 눈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수십 개의 패널이 만들어낸 무대 —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받은 충격

제가 한국 초연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무대를 가득 채운 반투명 디지털 패널들이었습니다. 브로드웨이 무대 분석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 장치는 단순한 배경막이 아니라 공연 전체의 서사를 이끄는 핵심 장치입니다. 이른바 '이머시브 씨어터(Immersive Theatre)' 방식에 가까운 연출로,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 안에 함께 잠겨드는 듯한 효과를 냅니다. 여기서 이머시브 씨어터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공연 세계에 물리적·심리적으로 몰입하도록 설계된 연출 방식을 말합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스마트폰 알림음과 함께 수백 개의 텍스트 메시지가 패널 위로 폭포처럼 흘러내렸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 페이스북 댓글, 트위터 타임라인이 동시에 무대를 뒤덮는 장면은, 제가 매일 아침 스마트폰을 켤 때 느끼는 그 과잉 자극과 정확히 같은 온도였습니다. 시각적으로 압도당하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불편함이었죠.

주인공 에반 핸슨은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를 앓는 고등학생입니다. 불안장애란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과도한 두려움과 긴장이 지속되어 사회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정신건강 상태를 말합니다. 그가 어두운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 불빛에 얼굴을 비추며 노래할 때, 주변 패널들이 차갑고 푸른빛으로 깜빡이는 연출은 단순한 조명 효과가 아니었습니다. 그 빛이 따뜻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연출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 무대 전체를 둘러싼 반투명 이동식 디지털 패널이 SNS 피드를 실시간으로 구현
  • 알림음·텍스트 폭포 연출로 초연결 사회의 정보 과부하를 시각적으로 표현
  • 차가운 청색 조명이 온라인 연결의 허위적 온기를 반전시키는 장치로 작동
요약: 디지털 패널과 SNS 피드 연출은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 초연결 시대의 단절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서사 장치였습니다.

 

거짓말 하나가 알고리즘을 탄다 — 소셜 미디어 증폭 효과의 해부

디어 에반 핸슨의 서사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에반의 작은 거짓말이 어떻게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을 타고 통제 불가능한 규모로 증폭되는지를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알고리즘 증폭(Algorithmic Amplification)이란 플랫폼이 사용자 반응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 공연은 그 과정을 스크린 위의 숫자와 댓글 증가로 시각화합니다. 제가 공연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던 순간이 바로 이 장면이었습니다. 좋아요 숫자가 화면 위에서 실시간으로 치솟는 동안, 에반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으니까요.

미국 정신건강 연구기관 NAMI(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과노출은 청소년의 불안 증상을 유의미하게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NAMI). 에반이 처한 상황은 이 연구 결과를 무대 위에서 그대로 드라마화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더 섬뜩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단순히 거짓말의 결과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에반의 도덕적 과오에 집중했는데, 공연을 다 보고 나서야 사회가 한 개인의 서사를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멋대로 소비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더 두텁게 깔려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에반이 거짓말쟁이인 것도 맞지만, 그 거짓말을 순식간에 신화로 만들어버린 것은 결국 대중과 알고리즘이었다는 점에서요.

요약: 에반의 거짓말이 알고리즘 증폭으로 통제 불능이 되는 과정은, 온라인 서사가 어떻게 개인을 압도하는지를 무대 위에서 정직하게 드러냅니다.

 

한국 초연을 직접 보고 난 뒤 — 아쉬움과 여운 사이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기대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영화에서 'Waving Through a Window'나 'You Will Be Found'를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감각을 무대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고, 결과적으로 넘버들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라이브로 들을 때의 밀도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쉬웠던 지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한국어 가사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색함이 몇 군데 느껴졌는데, 이건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 즉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현지화하는 작업 — 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영어 가사가 갖는 음절의 흐름과 감정 밀도가 한국어로 옮겨질 때 일부 희석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조금 더 공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습니다.

또 하나는 앙상블(Ensemble) 구성 문제였습니다. 앙상블이란 주연 배우를 제외하고 무대의 밀도와 규모감을 채우는 조연·군무 배우 집단을 말하는데, 대극장 규모의 무대를 10명도 안 되는 출연진으로 채우다 보니 시각적으로 넓은 공간이 오히려 허전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디지털 패널이 그 공백을 일정 부분 채워줬지만, 브로드웨이 원작이 의도했던 군중의 에너지를 온전히 구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 기준을 다루는 출처: 브로드웨이 리그(The Broadway League)의 자료를 보면, 대형 뮤지컬의 앙상블 구성이 관객의 몰입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게 이 작품의 힘이었습니다.

  • 라이브 넘버의 감정 밀도는 영화 이상으로 강렬했음
  • 한국어 로컬라이제이션 과정에서 일부 가사의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짐
  • 대극장 대비 앙상블 부재로 인한 시각적 공백이 아쉬운 지점으로 남음
요약: 한국 초연은 원작의 감동을 충분히 전달했지만, 로컬라이제이션과 앙상블 규모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디어 에반 핸슨은 원작 영화랑 뮤지컬이 많이 다른가요?

A. 스토리 뼈대는 같지만 체감 온도가 꽤 다릅니다. 영화는 클로즈업으로 배우 표정에 집중하는 반면, 뮤지컬은 무대 전체의 디지털 패널 연출이 서사를 이끄는 방식이라 공간적 압도감이 훨씬 큽니다. 저는 영화를 먼저 봤는데, 뮤지컬에서는 라이브 넘버의 무게감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Q. 불안장애를 직접 겪어본 사람이 봐도 불편하지 않나요?

A. 이 부분은 보는 분마다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불안 증상이 꽤 사실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공감하며 보는 분도 있는 반면, 지나치게 몰입해서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작품이 불안장애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보다 그 심리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편이라, 제 경험상 관람 후 감정적 여운은 있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습니다.

 

Q. 한국 초연 때 주연 배우는 누구였나요?

A. 한국 초연 캐스팅 정보는 공식 제작사 발표 기준으로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뮤지컬은 공연 회차별로 캐스팅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관람 전 해당 회차의 출연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Q. 디어 에반 핸슨에서 제일 유명한 넘버가 뭔가요?

A. 'You Will Be Found'가 가장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가 퍼져나가는 장면과 맞물려 연출되는데, 무대에서 들었을 때의 울림이 영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실제로 눈물이 났는데, 동시에 그 감동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더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결론

디어 에반 핸슨을 두고 "감동적이다"라는 시각과 "도덕적으로 봉합이 너무 쉽다"는 시각이 공존하는데, 저는 둘 다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막 후반부로 갈수록 에반의 거짓말이 빚어낸 상처가 팝 발라드 멜로디 뒤로 다소 가볍게 처리되는 느낌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 지점이 아쉬웠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패널이라는 차가운 매체로 청소년의 내면 불안을 이렇게 감각적으로 시각화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공연이 남긴 질문들은 유효합니다. 온라인에서 연결될수록 왜 우리는 더 외로워지는가. 제 경험상 그 질문은 공연장을 나온 뒤에도 오래 따라다녔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재공연 때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참고: https://youtu.be/zA52U37P_vA?si=LqQuT5PaD84ClY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