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라는 말을 꽤 가볍게 봤습니다. 그냥 관객 참여 좀 많은 뮤지컬이겠거니 했는데, 런던에서 직접 Come Alive!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영화 《위대한 쇼맨》을 모티브로 한 인터랙티브 서커스 뮤지컬로, 원형 텐트 안에서 곡예사가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배우들이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 자체가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이머시브 프로덕션의 현장감 — 무대가 사라진 자리일반적으로 뮤지컬이라고 하면 프로시니엄(Proscenium) 무대를 떠올립니다. 여기서 프로시니엄이란 관객석과 무대를 분리하는 액자형 개구부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무대와 객석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이 존재하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라는 말에 '그냥 히트곡 모음집 아닐까' 하고 반쯤 시큰둥하게 들어갔는데, 극장 문을 열자마자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한국 초연 첫 공연을 직접 본 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브로드웨이가 선택한 음악성 — 네오 소울과 R&B가 대극장을 채우다헬스키친(Hell's Kitchen)은 팝스타의 히트곡을 무대에 늘어놓는 방식, 이른바 주크박스 뮤지컬(Jukebox Musical)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꽤 다른 선택을 합니다. 여기서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특정 아티스트의 기존 히트곡들을 극의 플롯에 맞게 재배열하여 서사를 끌어가는 형식을 말합니다. 아바(ABBA)의 노래로 만든 맘마미아나 ..
뮤지컬 '알라딘'의 클라이맥스, 'Friend Like Me'는 단 8분 안에 의상 체인지, 탭댄스, 불꽃 특수효과를 동시에 쏟아붓는 넘버입니다. 저는 한국 초연을 두 번 봤는데, 두 번 모두 이 장면에서 넋을 잃고 손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쳤습니다. Friend Like Me, 8분짜리 마술 쇼의 실체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화려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알라딘'의 'Friend Like Me'는 그 기대치를 한 단계 더 넘어섭니다. 제가 직접 공연장 안에서 확인했더니, 이 넘버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엔터테인먼트 패키지에 가까웠습니다.이 장면의 핵심은 퀵 체인지(Quick Change)입니다. 퀵 체인지란 배우가 무대 위 혹은 무대 퇴장 없이 수 초 안에 의상을 완전히 바꾸는 기법으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명의 배우가 무대를 전부 채운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객석에 앉았는데, 막이 오르자마자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 '틱틱붐(Tick, Tick... BOOM!)'은 30세 생일을 앞둔 무명 작곡가의 불안과 집착을 록 음악으로 날것 그대로 쏟아내는 작품입니다. 예술이냐 생존이냐는 이분법적 고민이 두 시간 내내 객석을 압박하고, 그 압박이 꽤 아프게 와 닿았습니다. 무대 구성 — 작다고 얕봤다가 제대로 당했습니다중극장 공연이라 무대 장치가 단출할 거라고는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단출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비워둔' 느낌이었습니다. 피아노 한 대, 드럼과 키보드 중심의 소규모 라이브 밴드, 그리고 배우 셋. 이게 전부인데 왜 이..
뮤지컬을 보러 가면서 오프닝에 이렇게까지 압도될 거라고 예상한 적이 있으셨습니까? 저는 웨스트엔드에서 라이온 킹 뮤지컬을 보기 전까지, 솔직히 디즈니 뮤지컬이라는 수식어에 절반쯤은 마음의 준비를 내려놓았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도 보고 실사판 영화도 봤으니 내용은 훤히 아는데, 무대가 얼마나 다를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완전히 틀렸습니다. 오프닝 첫 30초 만에 그 생각이 부서졌습니다. 이중 사건(Double Event): 배우가 숨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무대 예술에서 인형이나 가면을 쓸 때 대부분의 연출가는 조종자를 숨기려 합니다. 인형이 살아있다는 환상을 지키기 위해서죠. 그런데 연출가 줄리 테이머(Julie Taymor)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습니다. 그녀가 라이온 킹에 적용한 핵심 개념이 바..
국악 장단과 힙합 트랩 비트를 한 무대에 올린다는 발상,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극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태평소와 꽹과리 소리가 묵직한 베이스와 함께 귀를 때리는데, 그 첫 5초에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뮤지컬 은 시조(時調)만이 유일한 합법적 표현 수단이었던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민중의 한(恨)과 흥(興)을 전통과 현대의 충돌로 폭발시키는 작품입니다. 국악힙합이라는 장르 실험,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나이 작품의 음악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자진모리와 굿거리 장단을 트랩 비트 위에 얹었다는 점입니다. 자진모리란 12박자를 빠르게 몰아치는 국악의 대표 장단으로, 판소리나 민요에서 흥을 극대화할 때 쓰이는 리듬입니다. 굿거리는 이보다 느긋한 12박자 장단으로, 어깨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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