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단군신화를 비튼 코미디라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웃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기대는 극장 문을 나서기도 전에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박성광 감독의 연출 데뷔작 〈웅남이〉, 신화적 상상력이 얼마나 안일하게 소비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보여준 영화입니다. 클리셰, 곰탕처럼 우려먹은 설정의 피로감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된 웅녀. 〈웅남이〉는 이 단군신화의 원형 서사를 비틀어, 쌍둥이 곰 형제가 인간 세상에 떨어진다는 설정으로 출발합니다. 처음 이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 저는 꽤 기대가 컸습니다. 신화적 상상력을 현대 코미디와 접합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니까요.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 기시감이 밀려왔습니다. 클리셰(c..
이미 촬영이 끝난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겠다는 감독,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요? 영화 〈거미집〉은 1970년대 충무로를 배경으로 그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스크린에서 풍겨 나오는 고풍스러운 레트로 감성과 창작자들의 기묘한 열기에 단번에 사로잡혔습니다. 1970년대 충무로와 레트로 감성 — 이 시대를 굳이 골랐을까요?〈거미집〉의 배경은 사전 검열 제도가 영화 산업을 옥죄던 1970년대 충무로입니다. 사전 검열이란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 전 국가 기관이 대본과 완성본을 미리 심사해 상영 허가를 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감독이 아무리 좋은 결말을 구상해도 검열관의 도장 한 방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시대였습니다. 이 억압적인 구조가 영화의 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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